티스토리 뷰

목차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책 표지

    1. 작품 배경 소개

    4.3 사건은 민간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대량으로 학살되었음에도 다른 사건들에 비해 많이 조사가 되지 않았던 사건인데 이 사건 이후 몇 년간은 유족이어도 빨갱이로 몰릴까 봐 다들 입을 다무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1947년 3.1절 기념행사 도중에 어린아이가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치이는 일이 발생했는데 그것을 보고도 그냥 가버리는 경찰들을 향해 시민들이 돌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군인들이 총을 발포하면서 많은 사상자가 나서 제주도민들이 크게 분노하게 됩니다. 그 후 도민들은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미군정과 경찰은 이 총파업이 남로당의 선동으로 인한 파업이라고 판단하면서 파업과 항의를 하는 수천 명의 주민들을 체포했습니다. 그러다가 1948년 4월 3일 무장한 시민들이 미군의 철수와 선거 반대 등을 요구하면서 들고일어났고 경찰들이 무차별적으로 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제주 4.3 사건이 발발하게 되었는데 이때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고 북한은 공산주의 정부가 수립되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제주도 또한 어수선한 상태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계엄령을 내려서 제주도에 있는 남로당 무장대의 초토화를 지시합니다. 전쟁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제주도민들이 남로당에 가입하면 곡식을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순히 곡식을 얻기 위해 서명을 했던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명부에 올렸던 사람들마저 모두 색출되어 총살됩니다.그래서 오랫동안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습니다. 이로 인한 피해와 희생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묻혔다가 1980년대 이후부터 이 사건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조사가 이루어졌고, 1999년도에 특별법이 국회에 통과되고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와서야 정부는 대규모 희생에 대해 제주도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이 사과가 있은 후에야 약 50년 전에 제주에서 벌어졌던 학살이 일반인에게도 자세히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2. 줄거리

    소설가인 경하가 친구인 인선의 부탁으로 인선이 머물던 제주도의 집을 찾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소설가인 경하는 도시 학살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나서부터 끔찍한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 위로 눈이 내리고 갑자기 밀물이 밀려오고 무덤 같은 나무 사이를 달리는 그런 이상한 꿈들을 꾸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의 원인 모를 두통과 구토로 거의 시체처럼 살아가다가 죽음을 기다리며 유서를 계속 쓰고 고쳐 쓰고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경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인 친구 인선과 함께 이 꿈에 대한 내용을 같이 작업해 보자고 하지만 제대로 성사되지 않고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인선은 다큐멘터리 감독을 접고 제주도에 내려가서 치매에 걸린 엄마를 간병하다가 현재는 목수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어 서울에 와서 수술을 하고 있다고 경하에게 전화가 옵니다. 병원에 찾아간 경하는 손가락 접합 수술을 한 인선을 만납니다. 인선은 손가락 치료를 위해 3분에 한 번씩 손가락 찔러서 피를 내야 되는 이 과정을 3주나 이어가야 해서 현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선은 경하에게 제주도에 있는 자신의 집을 찾아가서 자신이 키우던 앵무새 한 마리가 현재 먹이를 먹고 있지 못해서 죽을 수도 있으니까 가서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경하는 제주도로 향하게 됩니다. 예전에 한 번 가봤던 인선의 집이지만 인선의 집은 외진 산속에 있었고 그 때 마침 제주도에는 폭설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버스마저 지나지 못할 정도로 큰 폭설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인선의 집 근처에 내렸지만 온 세상이 눈으로 덮여 있어서 인선의 집을 찾는 여정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 와중에 휴대폰마저 잃어버리는 등 험난한 과정을 거쳐 겨우 인선의 집을 찾아냈지만 앵무새는 이미 죽어 있었고, 인선의 집은 폭설로 인해 전기마저 끊겨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인선의 집을 살펴보던 경하는 수십 개의 통나무를 발견합니다. 예전에 경하가 자신이 꿈에서 봤던 장면을 영상으로 제작하자고 제안했던 것을 인선은 홀로 준비 중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전기가 끊긴 집에서 추위와 배고픔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경하에게 인선이 환상처럼 나타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소설은 인선의 영혼이 온 것인지 경하가 죽어 혼이 된 것인지 모를 대화로 전개가 됩니다. 인선은 경하에게 자신의 엄마에게 들은 4.3 사건을 이야기 해줍니다. 인선의 엄마인 정심은 4.3 사건 희생자의 유족인데, 눈 오는 날 심부름을 다녀온 사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학살되었다고 합니다. 정심은 그 수많은 시체 사이에서 자신의 부모님을 찾아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심의 오빠는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했는데 이감된 뒤 수십 년간 행방을 찾지 못했고, 그런 오빠를 찾기 위해 정심은 홀로 긴 세월 동안 노력해 왔다고 합니다. 인선은 자신의 엄마인 정심이 발품 팔아 모아뒀던 수많은 자료들을 보고 유족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며 당시의 희생이 얼마나 처절했는지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모두 보게 되는 경하. 그렇게 소설은 정심의 이야기 4.3 사건의 희생자의 소리로 이어집니다.

    3. <작별하지 않는다> 감상 후기

    희생자들이 어떻게 죽어나왔는지 그 절절한 느낌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문장들은 마치 우리가 4.3 사건 그 당시의 상황을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듯합니다. 정전이 된 집에서 촛불 하나에 의지하고 있던 경하가 점점 꺼져가는 촛불과 함께 잠이 들려고 하는 상황이 나오는데, 성냥에 불이 붙지 않아서 다시 켜려고 성냥을 긋다가 부러지는 장면으로 이 소설이 끝이 납니다. 성냥은 부러졌지만 다시 불을 켤 수 있었을지 없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비극으로 끝이 난다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제목 <작별하지 않는다>가 왜 작별하지 않는다인지 어렴풋하게 이해하게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여 이미 작별하였지만 남은 사람들이 얼마나 큰 한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작별을 제대로 할 수나 있을지, 떠난 사람들 역시 저승에서 억울하지는 않을지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작별을 하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