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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작품 소개
이 작품은 설민석 작가의 첫 번째 장편 소설로조 선 후기 정조 시점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입니다. 작가는 지금껏 역사를 다루면서 역사의 엄중함으로 인해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의 발칙한 상상을 이야기에 담았다고 합니다. 판타지 소설이라는 허구를 베이스로 픽션과 논픽션을 자유롭게 조합해 놓은 세계관을 만들어놓고 <요괴 어사>를 출간하게 됐습니다. 2023년 출간한 이 책은 출판사는 단꿈아이, 저자는 설민석 & 원더스 , 페이지 수는 424페이지입니다.
2. 줄거리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 제22대왕 정조가 꾼 이상한 꿈에서 시작합니다.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컴컴해지더니 먹구름 한가운데가 갈라지면서 무시무시하게 생긴 덩치 큰 여인이 나타나 흙이 잔뜩 묻은 두 손을 정조에게 내밀어 보입니다. 한 손에는 여자 아이가, 또 한 손에는 펄떡거리는 심장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손 위의 아이가 소리칩니다. '우리를 찾으세요!' 그러자 그 여인은 손에 든 심장을 쥐어 짜기 시작했고, 산봉우리는 피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잠에서 깬 정조는 불길함을 느끼며 책을 펼쳤습니다. -선조대왕 16년 11월 1일에 일식이 일어나자 왼손에는 활, 오른손에는 불을 쥔 커다란 여인이 함경도 갑산에 나타났다. 10년 이내에 나라에 큰일이 닥칠 것이다. - 책에 쓰인 대로 10년이 채 되지 않아 조선은 임진왜란에 휩싸였습니다. 방금 정조가 꾼 꿈은 무엇이었을까? 여인과 어린아이, 그리고 심장, 흙 묻은 손, 이를 모두 합치면 요괴. 얼마 후 여느 때처럼 신하들을 이끌고 궐 밖으로 나온 정조 앞에 한 여자아이가 다짜고짜 엎드려 말을 합니다. ‘죽은 제 아비가 요괴가 되었습니다. 부디 저희 아비를 불쌍히 여기어 천도해 주소서 .’ 정조가 그리 믿는 이유를 묻자 아이는 죽은 사람이 눈에 보인다고 대답합니다. 이 소녀의 이름은 별이. 11살 여자아이로, 어머니는 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고 보부상인 아버지 손에 자랐습니다. 홀로 딸을 키우느라 멀리 다니지는 않았지만 장사를 떠날 때마다 이웃에게 돈과 물건을 넉넉히 안겨주며 별이를 부탁하곤 했습니다. 간혹 죽은 사람이 눈에 보인다 이런 말을 하는 딸에게도 나무라거나 꾸중하지 않는 자상한 아버지였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해 요괴가 된 모습을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딸 별이가 목격했다는 것 입니다. 유교 국가였던 조선에서 감히 임금에게 귀신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조선 후기 개혁과 대통합을 실현한 군주답게 정조는 결국 별이를 거두고 진상조사를 명하게 됩니다. 며칠 뒤 어머니인 혜경궁 홍 씨의 처소를 찾은 정조는 소식을 전해 들은 어머니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듣게 됩니다. 바로 아버지인 사도세자 또한 귀신을 볼 수 있었다는 것.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당부가 담긴 편지를 펼칩니다. -이 아비가 내 곁을 지키며 혼을 다하여 도와줄 테니 산 백성뿐 아니라 죽은 백성까지 보듬는 성군이 되거라.- 다음 날 별이를 불러 귀신을 본다는 것을 추궁하듯 묻기 시작한 정조. 별이로부터 섬뜩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전하 뒤에 귀신이 있사옵니다. 게다가 그 귀신은 바로 사도 세자였습니다. 곁을 지키며 돕겠다던 편지 내용 그대로인 것입니다. 그날 밤 정조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지난 며칠간 겪은 일들을 돌이켜본 끝에 결심합니다. 자신이 이 땅의 모든 백성을 살피리라 다짐했지만, 원통하게 죽어 떠도는 망자들 또한 자신의 백성이며 보살핌을 받아야 할 처지라는 것. 마음을 굳힌 정조는 망자를 천도할 특별한 능력자들을 모으기로 하고 정치 상황을 고려해서 은밀하게 조직을 꾸려나갈 담당자를 지목합니다. 정약용을 중심으로 전국 8도에 흩어져 있던 능력자들이 모여 팀을 이루게 되었으니 이들이 바로 요괴 어사대입니다. 타고난 현명함과 죽은 자를 보는 능력을 가진 별이, 당대 최고의 무사인 백동수와의 대련에서 50합을 버틴 장사, 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능력자, 광탈 금줄로 결계를 만들어 적을 결박하는 능력과 환상을 통해 미래를 보는 능력자. 오랜 수련 기간을 보낸 요괴 어사대의 첫 파견지는 역병이 퍼진 마을입니다. 이들은 수사를 통해서 마을의 역병을 퍼뜨리는 요괴가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임무는 요괴를 무찌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으니 원통하게 죽어 떠돌고 있는 망자를 천도하기 위한 심판,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하는 살아있는 자들에 대한 심판이 남아 있었습니다. 망자를 지옥으로 보낼 것인지 환생시킬 것인지, 그리고 살아있는 자의 심판은 이승의 왕인 정조의 몫입니다. 이렇게 첫 번째 임무를 무사히 마친 요괴어사대에게 계속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며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3. <요괴어사> 나의 감상평
<요괴어사>는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조, 정약용, 백동수와 같은 인물들과 중간중간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전하는 역사 지식이 담겨 있습니다. 요괴어사대라는 고정된 구성을 놓고 이들이 매번 다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피카레스크식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다 보니까 소재가 무궁무진합니다. 일본에서 다뤘던 요괴 어사대의 빌드업이 굉장히 신선하면서 재미가 있었고, 이야기 속 이야기가 권선징악의 형태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결말들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기초 도덕관념과 크게 어긋남 없이 받아들여지면서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요괴라는 어찌 보면 유치할 수 있을 주제가 유치하지 않도록 역사하고 접목시켜 충분한 무게감을 만들어 놓고 화려한 액션 묘사와 깨알 같은 위트들로 그 무게감을 덜어주고 있는 무거우면서 가벼운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