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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불편한 편의점> 기대평
소설 코너에서 1년 가까이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던 <불편한 편의점>
사거리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편의점입니다. 바쁜 현대인들의 필수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편의점. 이름 그대로 사람들의 편리한 생활을 돕는 가게인 편의점이 왜 불편하다는 걸까? 모순적인 제목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청파동에 구석진 곳에 위치한 작은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불편한 편의점> 리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2. 줄거리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알코올성 치매로 자신이 누구인지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본명도 잊은 채 독고라는 이름으로 오랜 노숙생활로 입을 다물고 있다 보니 말까지 더듬습니다. 어느 날 70대 할머니의 지갑을 주어서 찾아준 것이 인연이 되어 할머니는 청파동 구석진 곳에 위치한 편의점으로 독고를 데려갑니다. 바로 할머니가 운영하는 편의점입니다. 할머니는 독고에게 도시락을 건네며 앞으로 배고플 때 이리로 와서 언제라도 도시락을 먹고 가라고 말합니다. 그 뒤로 독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저녁 8시가 되면 편의점을 찾아갑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도시락이 폐기되기 때문이죠. 편의점을 운영하는 할머니 염여사는 교사 은퇴 후 남편이 남긴 유산으로 편의점을 차렸습니다. 장사가 썩 잘 되지 않지만 이 사업장이 자기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편의점 경영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러다 야간 아르바이트 직원이 급하게 일을 그만두게 되어 염 여사가 직접 일을 하게 되는데 야간시간대 외진 편의점에서 근무할 직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술에 취한 채 편의점에 들어와 염여사에게 시비를 걸고 급기야 돈까지 훔치려 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독고가 그들을 막으며 미리 신고한 덕분에 경찰이 출동해 상황이 마무리됩니다. 자신의 지갑을 찾아준 데 이어 지켜주기까지 한 독고에게 고마움을 느낀 염 여사는 야간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안하며 대신 술을 끊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 독고는 덩치가 곰같이 커다랗고 행동과 말이 느려 처음엔 손님을 상대하기도 어려워하고 업무도 잘 습득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을 꽤 잘 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먼저 편의점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편견을 돌려놓는 데 성공합니다. 이십 대 취준생 주간 아르바이트생 시연은 노숙자였던 독고를 교육하긴 하지만 말도 어눌하고 왠지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싫어합니다. 하지만 성실히 물건 정리를 하는 독고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독고는 자신에게 가르쳐준 업무 내용을 유튜브에 올려보라고 조언합니다. 독고의 말대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더니 영상을 본 다른 편의점 점주가 시연을 스카우트하게 됩니다. 비록 편의점을 떠나게 된 시연이지만 독고를 통해 누군가를 돕는 일이 보람 있다는 걸 체험하고 자신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50대 생계형 아르바이트 직원 오 여사는 대놓고 독고를 싫어합니다. 오 여사에게 독고는 남편과 아들에 이어 이해 못 할 세 번째 남자였지만 변화가 없어 실망만 주는 두 사람과 달리 독고는 변신에 가까운 변화를 보여주는 사람이었습니다. 편의점 물건을 훔치는 아이에게 자기 돈으로 삼각김밥을 사준 후 독고를 보며 오 여사는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싫은 감정이 조금씩 누그러집니다. 사실 오 여사는 집 나간 남편과 명문대 졸업에 대기업 취직까지 한 아들이 갑자기 그만두고 집에서 게임만 하고 있는 상황에 화가 가득 차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들과의 문제로 답답해하던 어느 날, 편의점에 출근했다가 여느 때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는 독고를 보자 눈물이 터지고 맙니다. 자신의 아들이 노숙자보다도 못하다는 생각과 어쩌면 노숙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교차되며 감정이 북받쳤던 겁니다.울면서 하소연을 쏟아놓는 오 여사의 말을 경청하던 독고는 아들에게 삼각김밥과 함께 편지를 주라고 조언합니다. 독고의 말대로 했더니 오 여사의 아들은 미안했다며 오 여사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게 되고, 두 사람은 관계를 회복하게 됩니다. 편의점 동료들뿐만 아니라 편의점 손님들에게도 독고의 영향력은 계속됩니다. 편의점은 비싸다며 마트만 다니던 동네 할머니들에게 원플러스원 상품을 소개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구매한 상품이 무거울까 봐 집까지 배달해 줍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 노인정에 소문이 나서 매출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밤마다 야외 테이블에서 혼술을 하며 하루를 달래는 회사원 경만에게도 말동무가 되어줍니다. 처음에 경만은 독고의 태도와 풍기는 이미지를 보고 사장으로 오해합니다. 그리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집과 회사에서 존재감을 잃은 경만의 유일한 약인 술 대신 옥수수, 수염차를 권하는 독고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밖에서 쓸쓸히 혼술을 하는 경만에게 온풍기를 내주는 독고의 따뜻한 호의 앞에 경만의 마음이 차츰 열립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글을 쓰는 30대 희곡 작가 인경은 자신이 살고 있는 빌라 앞에 있는 오래된 편의점을 못 마땅해합니다. 원하는 상품이 없고 독고를 이상한 아저씨로 생각했는데 독고의 정체가 노숙자였다는 걸 듣고 매일 밤 취재하듯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독고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작품을 쓰게 되고 글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채 독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납니다. 편의점을 노리는 염 여사의 아들 이야기도 나옵니다. 염 여사의 아들 민식은 편의점을 처분하고 그 돈으로 사업을 하고 싶어 하지만 염 여사는 아들을 못 믿더워합니다.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이 있다며 염 여사를 설득하러 온 민식은 독고를 내쫓고 싶어 안달입니다. 민간 탐정까지 붙여가며 독고를 뒷조사하게 되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염 여사와 민식의 틀어졌던 관계는 다시 좋아지게 됩니다.
3. 나만의 리뷰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우리의 생활은 모든 게 다 편리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편리함에 익숙해져 조금이라도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마주하게 되면 불편하고 힘들어 인상을 찌푸리는 게 요즘 우리들의 삶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편해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모든 것이 다 편하지만은 않기도 하지요. 더 편해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은 불편해야 한다는 겁니다.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 불편하게 노력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독고가 베푸는 서비스가 바로 그렇습니다. 손님들이 좀 편해지려면 직원은 약간 불편해져야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지려면 어느 한쪽은 불편함을 참고 손을 내밀며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또 비슷한 예로 공부나 다이어트 등등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불편하게 공부하고 불편하게 운동을 해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삶이 힘들고 불편하다고만 느끼는 우리에게 이 책은 그 불편함 속에 특별함과 소중함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등장인물들의 불편한 관계 속에서 개개인이 겪고 있던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하나씩 해결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건 딱 질색인 우리에게 더 편리함을 위해 감수해야 할 조금의 불편함은 필수 불가결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