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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책 표지

    1. 페터 한트케 저자 소개

    책의 표지를 보면 낡은 호텔방에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밖을 바라보면서 한 여인이 앉아 있습니다. 아마 책 제목에 담겨 있는 이별과 관계가 있는 여인이라 짐작됩니다. 이 여인은 누구고 어떤 사람과 이별을 하게 된 건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표지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 대표작입니다. 프란츠 카프카상, 잘츠부르크 문학상, 실러상을 포함해서 20개 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으며 그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습니다. 벽촌에서 살았기 때문에 문화적인 혜택은 거의 누리지 못한 채 성장했는데 그의 어머니는 결혼 생활과 건강 악화를 비관하면서 51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전쟁과 결핍을 경험하면서 부정적인 세계관을 갖게 되었는데 문학을 알게 되면서부터 소외감을 객관화하고 트라우마를 돌보는 자기 치유적인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언어 자체를 성찰의 대상으로 본 한트케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나타나는 감정들이 자기 긍정과 자기부정을 반복하며 현실과 환상을 오가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도 환상을 통해 현실의 해결점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2.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줄거리

    책을 펼치자마자 이별을 통보하는 짧고 강명한 편지가 나오는데 바로 주인공의 아내가 뉴욕으로 떠나면서 자신을 더 이상 찾지 말라는 말만 남겨둔 편지였습니다. 큰 충격을 받은 주인공은 수치스러운 처지를 한탄하면서 목놓아 울게 됩니다. 편지의 겉봉투를 살펴보니 뉴욕에 있는 호텔의 봉투라는 것을 알게 되어 평소 경제 관념이 없던 아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여행을 떠났는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편지를 부친 날짜를 보니 5일 전이라 그 사이에 아내가 죽은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봉투에 적혀 있는 호텔로 전화를 걸지만 이미 안에는 체크아웃 상태였고 그녀가 놓고 간 사진기 한 대를 호텔에서 보관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주인공은 뉴욕으로 직접 가서 가져오겠다고 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욕조에 몸을 담그고 위대한 개츠비를 완독하는데 위대한 개츠비가 사랑 앞에서 약간 비겁한 모습을 보였던 것처럼 자신도 아내에 대해서 감정 표현에 소극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주인공은 아내를 떠올리며 고독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살해에 가까운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였습니다. 주인공은 아내와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자주 다퉜던 일들만 떠오르며 과거의 사건들이 모여 지금 자신이 혼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반추하며 아내가 묵었던 뉴욕의 호텔에 도착해서 사진기를 건네받습니다. 이제 혼자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이끌려 필라델피아에 사는 클레어를 만나러 가는데 그녀는 3년 전 주인공이 처음으로 미국에 왔을 때 만난 여자입니다. 클레어가 그녀의 아이와 함께 세트 루이스에 갈 계획이라고 말하며 함께 가지 않겠냐고 제안하자 동행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만난 두 남녀는 상대방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클레어는 주인공이 신경이 좀 무뎌져 보인다고 말하고 주인공은 클레어에게 약간의 강박감 같은 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단지 고통스러운 기억만 떠올렸지만 이제야 활력이 넘치는 추억 같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클레어와 그녀의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됩니다. 예전 같으면 자신과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상상만으로도 현기증을 느꼈던 주인공인데, 클레어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런 생각을 접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클레어에게 아내와 원수지간이 된 이유를 털어놓는데 길거리에서 서로의 목을 조르며 싸웠던 일, 자신의 아내를 때렸던 일, 서로 자신이 옳다고만 주장하며 등 돌리고 살았던 일들을 말입니다. 한 번은 아내가 만들어 놓은 서가를 보면서 놀랐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잘 만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내를 아무 쓸모없는 존재로 여겼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점점 사랑이 깊게 변했지만 자신이 그 깊음을 읽어내지 못했다는 걸 이렇게 혼자가 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말 없이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는데 이틀 뒤에는 생일 축하한다는 카드도 받게 됩니다. 아내의 글씨체였고, 건축을 찍은 사진도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미국을 횡단하는 동안 아내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추적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주인공은 클레어와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어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호텔 주변을 거닐다가 차를 운전하고 있는 아내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차는 이내 사라지게 됩니다. 아내는 또다시 엽서를 보내는데 태평양 연안에 트윈 룩스 지방을 촬영한 사진이 들어있었습니다. 주인공은 마지막 남은 돈으로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합니다. 어느 미용실에 누워 패디 케어를 받고 있는 아내의 발을 보게 되고 아내는 주인공이 자신을 발견한 것을 직감하고 서둘러 나와 그에게 권총을 겨누는데 가까스로 그녀에게서 권총을 거두고, 두 사람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영화감독을 만나러 갑니다.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앙금을 누그러뜨리게 됩니다.

    3. 독자 서평

    처음 만났을 때 설렜던 감정, 좋았던 기분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우리들의 이야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각자 홀로 세상에 태어났지만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며 누군가 내 곁에 있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익숙해져 버린다는 건 그만큼 자연스러운 상태를 말합니다. 그 자연스러움은 상대에 대한 소중함을 잃게 만듭니다. 하지만 소중함을 잃어가는 관계는 조심해야 합니다. 정말로 내 옆에 둘 수 없게 모든 걸 다 잃고 나면 우리는 후회해도 소용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소중한 것에 너무 자연스러워져 있지는 않은지 한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