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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델리아 오언스 저자 소개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원래 동물학을 전공한 동물학자입니다. 23년 동안이나 아프리카 오지에서 지내면서 야생동물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는데 전공 분야에서도 꽤 뛰어난 성과를 거둔 사람으로 논픽션 작품들이 다양한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그녀의 첫 작품입니다. 첫 소설이라고 보기엔 매우 뛰어난 구성과 스토리 라인으로 문단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노스 캐롤라이나의 습지를 공간적 배경으로 해서 한 인간의 자존과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은 로맨스와 스릴러 장르 두 가지 장르를 절묘하게 혼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작가 본인은 인간의 삶이 한 면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말합니다. 로맨스 장르로 봐도 스릴러 장르로 봐도 이 소설은 탁월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또한 한 인간의 성장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2. <가재가 노래하는 곳> 줄거리
주인공인 카야의 가족은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한 습지 주변의 오두막을 짓고 사는 가난한 백인 가족입니다. 아버지는 툭하면 술을 마시고 돌아와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었고, 그러다 보니 카야가 6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는 가족들을 버리고 집을 떠났습니다. 사실 카야에게는 많은 언니 오빠들이 있었지만 그날 이후 하나같이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떠났고, 바로 손위 오빠인 조디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아버지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며칠씩 집안을 비우며 조디와 카야 남매를 사실상 방치했습니다. 카야는 법적으로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지만 학교에 간 첫날 또래 아이들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고 그 이후 학교에 가지 않고 숨어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디 또한 갑자기 집을 떠나버리고 마침내 혼자 남게 된 카야는 며칠에 한 번씩 들어오는 아버지의 심기를 달래려 어린 나이에 요리를 합니다. 아버지의 보트를 몰래 타고 나가 습지에서 물고기를 잡고 조개를 캐면서 자급자족을 하고, 그러면서 카야보다 몇 살 위인 테이트라는 소년과 알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카야가 10살이 되던 해에 며칠에 한 번씩 돌아오던 아버지마저 소식이 끊기고 카야는 완전히 고아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녀는 생계유지를 위해 습지에서 잡은 것들을 인근의 점핑 부부가 운영하는 잡화점에 팔기 시작합니다. 점핑 부부는 흑인 부부로 카야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 그녀를 불쌍히 여기고 있었고, 카야가 가져온 것들을 마다하지 않고 값을 치러주며 남몰래 돕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카야가 14살이 되던 해에 혼자 지내던 그녀를 내내 지켜보던 테이트가 다가오고 두 사람은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 가까워지게 됩니다. 테이트는 카야가 습지에 대한 지식은 대단하지만 글자조차 읽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시간을 쪼개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주게 됩니다. 마을에서는 습지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혼자 사는 카야를 마시거리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무시하고 있었는데, 오직 테이트만이 그녀를 순수하게 대해주었습니다. 카야는 테이트를 통해 문맹에서 벗어난 이후로 시를 읽으며 마음의 평안을 얻었습니다. 한편 성인이 된 테이트는 생물학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고, 마을을 떠나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데 카야에게 방학 때 돌아오겠다고 하고 떠납니다. 하지만 그 이후 테이트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카야는 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을 떠난 것이라고 여기면서 깊은 상처를 받게 됩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19세가 된 카야는 아름답게 성장하는데, 그런 그녀가 체이스라는 청년의 눈에 띄게 됩니다. 테이트와 달리 체이스는 여러 여자를 끼고 다니는 바람둥이였고, 단지 카야에게 성적 매력을 느껴 접근해 온 것이었습니다. 카야는 테이트가 떠난 뒤 오랫동안 외롭기도 했고, 미식축구 선수를 하기도 한 체이스는 워낙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빠르게 연인 사이로 발전해 나갑니다. 그녀는 체이스에게 습지 이곳저곳을 데리고 가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그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어떻게든 카야의 몸을 훔칠 생각뿐이었습니다. 결국 잠자리까지 같이 하며 체이스에게 마음을 주던 카야는 어느 날 신문을 통해 그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때 그녀에게 위로가 된 것은 테이트였고, 그는 습지에 관한 카야의 지식을 책으로 출판하자는 제의를 하면서 카야는 그 이후 수년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10여 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오빠 조디가 군복을 입고 다시 나타났는데 그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을 했다가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남매는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고, 조디는 자신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연락을 하라고 하며 주소가 적힌 쪽지를 남기고 떠납니다. 얼마 후에 카야는 출판사 사람과의 미팅이 있어 3일 동안 잠시 마을을 떠났는데 그 사이에 체이스가 습지 인근에서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체이스의 시신에서는 항상 하고 다니던 조개 껍데기 목걸이가 없어졌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황상 카야가 용의자로 지목되어 체포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이에 마을을 떠나 있었다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고, 재판에서는 카야의 혐의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결국 카야는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나고 그 이후에 그녀는 자신을 변함없이 아껴주는 테이트와 결혼을 해 평생을 함께 보내고 세월이 흘러 카야는 66세의 나이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테이트는 죽은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그녀가 필명으로 시를 써왔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또한 체이스가 죽었을 당시 사라졌던 조개껍데기 목걸이를 발견하고 그를 살해한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아내 카야였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3. 등장인물 분석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카야가 만났던 두 남자 테이트와 체이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두 사람은 너무나 상반된 모습입니다. 카야에 대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한 테이트와 달리 체이스는 단지 그녀의 몸만을 탐할 뿐이었기에 두 사람 간에는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 보면 테이트와 체이스 사이에는 카야를 대하는 것에서 좀 더 본질적인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테이트는 카야를 단순히 연인으로만 대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성숙한 인격체로 독립된 자아를 가진 존재로 대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특히 그는 카야의 자립을 돕기 위해서 그녀가 가진 습지에 관한 지식을 활용해 책을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이는 명중했습니다. 나중에 그녀는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가 될 수 있었는데, 이는 테이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아 습지에서 혼자 살 수밖에 없었던 카야에게 있어서 이런 테이트의 세심한 보살핌은 분명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면에 체이스는 카야가 스스로 자립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을 뿐 아니라 돌봐주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일절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필요할 때 카야를 찾았고, 반대로 카야가 그를 필요로 할 때는 나타나지 않으며 결국에는 그녀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테이트가 카야에게 보여주는 것은 ‘홀로 서기’라면 체이스가 보여주는 것은 ‘홀로 두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